카이버 네트워크는 이더리움 생태계에 유동성을 불어 넣어주는 프로젝트입니다. 특히 근래 디파이(DeFi)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면서 그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해시드는 2017년에 카이버 네트워크에 토큰을 통해 투자한 후로, 초기투자자로서 그리고 어드바이저로서 카이버의 성장을 돕고 있습니다.

 

 2018년 1월 20일에 해시드와 카이버가 서울에서 공동주최한 카이버네트워크 개발자 밋업

 

카이버 네트워크에는 네트워크의 가치를 대변하는 KNC(Kyber Network Crystal)라는 이름의 네트워크 토큰이 존재합니다.

카이버 네트워크 재단은 작년 12월 카탈리스트(Katalyst)라는 업데이트를 통해 토큰 모델을 바꾸고 탈중앙화 조직(KyberDAO)를 런칭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KNC 토큰 보유자들에게 탈중앙화 조직에 대한 투표 권한 뿐 아니라 투표 보상이 주어지면서 카이버 네트워크가 더 탈중앙화되고, 네트워크의 가치가 토큰에 더 잘 반영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해시드는 카이버 네트워크의 초기 투자자로서 투자자 관점에서 이러한 변화가 네트워크 토큰의 가치에 어떠한 정성적 영향을 미치게 될지, 또 정량적으로는 어떻게 반영될 지 고민해 본 내용을 공유하려 합니다.

 탈중앙화 조직 KyberDao의 투표 및 스테이킹 구조

 

네트워크 토큰의 가치를 바라보는 관점

토큰 투자자로서 네트워크 토큰의 가치에 대해서 항상 두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Q. 이 네트워크가 창출하는 가치는 무엇이고, 그 크기는 얼마나 되는가?

Q. 이 네트워크의 가치 중에 얼마만큼을 어떤 경로로 토큰에 저장하는가?

첫번째 질문은 네트워크의 가치 창출(Value Creation)에 대한 것입니다. 네트워크가 창출하는 가치가 없거나 미미하다면, 아무리 그럴듯한 토큰모델을 만들어도 토큰의 가치가 상승할 수 없습니다.

두번째 질문은 토큰의 가치 저장 (Value Capture)에 대한 것입니다. 네트워크가 창출하는 부가가치가 아무리 커도, 효과적인 가치저장 메커니즘 없이는 이 부가가치가 토큰의 가치나 가격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가치저장 메커니즘으로는 크게 소각(Burn), 스테이킹(Staking)의 두가지 방향이 존재합니다. 소각은 다시 무한정 토큰 수량을 줄여나가는 단순 소각모델과, 토큰 신규발행과 소각을 동시에 진행하여 토큰의 균형가격을 발견하는 소각채굴균형(Burn-and-mint equilibrium)으로 분류되며. 스테이킹 모델은 배당(Dividends), 보상(Rewards), 멤버쉽(Membership), 워크토큰(Work Token) 등으로 분화됩니다.

 

카이버 네트워크의 차별적인 가치 창출

현대화된 증권거래소에는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장조성자(Market Maker)가 큰 역할을 담당합니다. 거래종목에 대한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는 해당 자산을 팔려는 사람이나 사려는 사람이나 거래상대가 나타날때까지 오랫동안 기다리거나, 원하는 거래가격보다 손해(Slippage)를 보고 거래해야 합니다. 특히 이러한 상황은 양성피드백을 거쳐 쉽게 심화됩니다.

시장조성자는 거래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해줍니다. 시장조성자는 유동성 공급을 통해 매수자와 매도자가 거래를 희망하는 가격대에서 더 빠르게 매매를 할 수 있게 돕습니다. 시장에 유동성이 있다는 기대감은 거래를 더 활성 시키고 결과적으로는 시장의 자연적인 유동성 수준이 높아집니다. 당연하게도 탈중앙화 네트워크에서 암호자산을 거래할 때도 이러한 시장조성자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온체인 시장조성자 프로젝트들로서 유니스왑(Uniswap)이나 커브(Curve.finance), 밸런서(Balancer) 등이 있습니다. 이들 프로토콜은 기본적으로 스마트컨트랙트에 미리 구현된 가격 결정 공식을 따릅니다. 흔히 토큰 본딩 커브(TBC; Token Bonding Curve)라는 방식을 이용하는 이러한 종류의 시스템을 AMM(Automated Market Maker)라고 부릅니다. 이 방식의 장점은 최초의 유동성을 제공하는 행위 이외에 가격을 설정하고 거래를 하는 등의 모든 행위가 스마트 컨트랙트에 의해 자동으로 일어나므로 예측가능성이 높고, 유동성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반면에 스마트 컨트랙트의 가격 결정에 있어서 유동성 공급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거의 없고, 가격의 변동이 일어날 때 일시적인 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습니다. 유니스왑에서는 이를 비영구손실(Impermanent Loss)이라고 합니다. 또한 자동화된 가격 결정방식은 단위가 큰 거래에 대해서는 슬리피지를 굉장히 높게 설정합니다. 마지막으로 AMM은 외부 조작에 취약합니다.

카이버 네트워크는 온체인에 구현된 시장조성자들의 집합체 역할을 합니다. 카이버 네트워크에 등록된 여러가지 유동성 공급자들은 각기 저마다의 방식으로 가격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예를들어 대표적인 AMM인 유니스왑 또한 카이버 네트워크의 유동성 공급자중 하나로 등록되어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은 유동성 공급자로 하여금 시장상황에 맞게 스프레드를 만들 수 있도록 하며, 높은 거래량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슬리피지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합니다. 또한 유동성 공급자가 리밸런싱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댑(Dapp)들 입장에서 카이버만 연동해도 수많은 유동성 공급자의 유동성을 모두 공급받을 수 있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카이버 네트워크는 탈중앙화 거래소(DEX) 뿐 아니라 다양한 디파이 프로토콜과 블록체인 게임 등 85개가 넘는 댑들에 거래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2018년 초에 메인넷을 출시한 이후 카이버 네트워크의 거래량은 매우 빠르게 증가하여 2020년 5월 기준으로 누적 1조2천억원 ($1B USD)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이중 2400억원($195M)은 2020년 3월 단 한달동안 발생한 거래량이며, 2020년 3월 13일에는 단 24시간동안 415억원($33.7M)의 거래가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KNC의 기존 가치저장 모델

카이버 네트워크의 가치는 KNC에 어떻게 저장되고 있을까요? 카이버 네트워크는 기본적으로 소각모델을 사용합니다. 유동성 공급자들은 카이버 네트워크에서 유동성을 공급하고 스프레드를 통해 수익을 냅니다. 이 때 공급한 유동성의 일부만큼을 프로토콜 사용료로서 KNC토큰으로 지불하고, 프로토콜은 이것을 소각합니다. 이 것은 주식회사의 자사주 매입과 비슷한 방식으로서 토큰의 가격을 견인합니다. 이러한 소각 방식은 배당이나 리워드 방식 대비 구현과 운영이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카이버 네트워크에서 실제로 소각된 KNC 토큰 그래프.   출처: https://tracker.kyber.network/#/fees

 

이러한 방식이 가지는 한계점도 있습니다. 먼저 유동성 공급자(리저브) 입장에서는 수수료를 내기 위해서 KNC를 매수하고 보유해야 하므로 번거로울 뿐더러 때로는 KNC의 가격변동성에 노출 되기도 합니다. 또 KNC 보유자 입장에서는 네트워크의 가치를 저장하는 토큰을 가지고 있지만, 토큰을 이용해서 네트워크의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또 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토큰 보유자나 그렇지 않은 토큰 보유자나 정확하게 같은 보상을 가져가게 됩니다.

 

KNC의 새로운 가치저장 모델

2020년 2분기 출시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새로운 모델은 기존모델이 가지고 있는 한계점들을 보완하면서 탈중앙화된 네트워크로 한발 짝 더 나아가게 됩니다. 가장 큰 변화는 카이버다오(KyberDAO)를 만들어 카이버네트워크와 관련한 다양한 매개변수들을 토큰 보유자들이 결정할 수 있게 하고, 이러한 참여에 대한 대가로서 보상을 받아갈 수 있게 했다는 점입니다.

새로운 모델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1. 투표보상이라는 가치저장방법이 추가되었습니다. 위 프레임워크에 대입해보면 스테이킹 모델중에서도 워크토큰에 가까운 모델입니다. 전형적인 배당모델과의 차이점은 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하는 토큰 보유자들에게 더 많은 보상이 지급된다는 점입니다. 카이버 다오의 의사결정에 따라 수수료의 일정부분을 계속해서 소각하는 것도 가능합니다만, 투표하는 당사자들에게 더 높은 보상을 주는 투표보상 위주로 보상시스템이 운영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이제 거래마다 거래되는 해당토큰으로 수수료를 모으게 됩니다. 이에 따라 리저브에서 더이상 KNC를 매입하고 보유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투표보상이 KNC가 아니라 이더(ETH)로 주어진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3. KNC 토큰 보유자들이 프로토콜의 매개변수들을 결정합니다. 대표적인 매개변수로서는 프로토콜에서 부과하는 거래수수료가 있습니다. 또 프로토콜에 모인 수수료 수익에 대한 투표 보상, 소각, 리저브 매니저 보상 분배비율을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네트워크에 중요한 모든 의사결정이 있을 때 KNC 보유자들의 합의를 통해 결정하게 될 것입니다.

4. 또 기존에 댑들에게 분배 되던 30%의 수수료 분배 모델이 사라지고, 대신 댑들이 직접 스프레드를 설정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댑들은 자유롭게 수수료율을 결정할 수 있게 되고,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혜택과 댑의 수익 사이에서 균형점을 스스로 찾을 수 있게 됩니다.  

              KNC 토큰 스테이킹 홀더에 주어지는 리워드

 

토큰 가치 관점에서 표면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소각모델에서 보상모델로 확장이 되었다는 점이고, 수집되는 수수료와 보상으로 분배되는 자산의 형태가 KNC가 아니라 이더리움(ETH)이라는 점입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더 큰 변화는 탈중앙화 조직 모델이 적용되어서 KNC에 의결권이 부여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주식시장에서 투표권이 없는 우선주가 보통주로 탈바꿈하는 것 만큼이나 큰 변화이고, KNC가 네트워크의 가치와 권한을 온전히 대변하게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해시드 또한 KNC 토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굉장히 고무적인 변화라고 생각하고, 의결권을 적절히 행사하여 네트워크에 참여할 계획입니다.

이렇듯 카이버 네트워크의 새로운 토큰모델은 토큰 보유자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토큰의 가치저장 기능을 강화합니다. 추가적으로 탈중앙화 조직 세팅은 토큰 네트워크의 규제 리스크를 완화해주는 장점 또한 있습니다. 이런 변화가 실제 토큰 가치에는 정량적으로 어떻게 반영되게 될지에 대해서는 주식시장에서 사용하는 주가이익비율(PER) 모델이나 현금흐름할인법(DCF)을 차용하여 계산해볼 수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두 모델을 기준으로 KNC 토큰의 적정가치를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김경진 | Kenny Kim은 글로벌 블록체인-가상자산 엑셀러레이터인 해시드의 투자심사역(Senior Associate)이다. 그는 해시드에서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심사를 담당하고 있으며, 블록체인 기술 리서치 및 비즈니스 모델 분석도 병행하고 있다.

 

Disclosure: 해시드는 투자 포트폴리오 관련 이해관계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엄밀한 내부 규제를 시행하고 있고, 시장 건전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 관련된 해시드의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해시드는 이 글의 발행 이후 최소 3일간 KNC 토큰의 거래를 하지 않습니다. 이 글은 단순히 정보 제공을 위해 작성 되었으며, 법률, 세무, 투자, 금융 등 어느 측면에서도 책임 있는 조언이 될 수 없습니다. 즉 해시드는 이 글을 통해 어떤 종류의 금융 상품이나 디지털 자산의 거래를 권유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