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현재 소위 4대 거래소 외에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시중은행의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다른 거래소들도 이용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특금법 개정안에서는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하여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개시하는 조건 및 절차도 시행령에서 정하라고 위임했다.

업계에서는 자칫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시중은행이 거래소의 목줄을 죄는 형태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은행의 계좌를 받지 못하면 거래소 사업을 지속할 수 없게 된다. 때문에 은행이 암호화폐 거래소의 입출금계정 발급을 거부할 수 있는 조건을 시행령에 명시해야 시장의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라는 요구를 내놓고 있다.

실명확인 가상계좌 발급요건은 시행령으로 규정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정보분석원(FIU)이 특금법 개정안 관련 시행령 마련을 위한 과정에 착수했다. 금융위는 시행령 마련을 위해 암호화폐 업계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법에서 시행령에 위임한 내용 가운데 특히 시중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조건이 어떻게 마련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개정안은 암호화폐 거래소 신고제를 도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거래소가 신고를 하려면 반드시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받아야 하고 시중은행의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이용해야 한다. 법에서는 실명화인 가상계좌 발급요건을 명시하지 않고 시행령으로 규정하도록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행령을 통해 실명확인 가상계좌 발급 조건을 규정하라고 명시된 것은 다행”이라며 “어떤 조건을 갖춰야 계좌를 받을 수 있는지 규정되면, 그 조건에 맞춰서 고객들에게 더 안전한 실명계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시중은행의 권한이 너무 막강해질 수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금도 은행들은 자금세탁이나 전자금융사기 등을 이유로 암호화폐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해주지 않고 있다.

은행 자의적으로 계좌 발급 거부할 수 없는 규정 반드시 마련돼야
이번 개정안에서도 시중은행은 자금세탁 위험이 특별히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금융거래를 거절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업계에서는 이 부분이 독소조항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지금도 은행은 보이스피싱 방지 등을 내세우고 출금수수료 인상 등으로 거래소를 옥죄고 있는 상황이라 향후 어떤 형태로 계좌 발급을 거절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며 “시행령에는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은행이 계좌를 발급해줘야 하는 의무 조항이 들어가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아울러 거래소들은 은행과의 실명계좌 계약은 최소 2년 이상 유지할 수 있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은 6개월 단위로 계약하고 있는 상황인데, 재계약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 외에도 업계에서는 실명계좌 발급요건으로는 업력이나 자본금, 예치금 분리 관리, 인터넷과 분리된 콜드월렛 이용여부, 준법감시 및 자금세탁방지를 위한 조직 등과 같은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최소한의 요건을 규정하는 것인 만큼, 이용자들의 돈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의 투자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블록포스트 허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