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상자산 기업의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골자로 한 개정 특금법(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 과정에서 가상자산 업계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재 가상자산 산업법이 없는 상황에서 가상자산 기업에 AML 의무를 부과하는 규제법을 먼저 도입하는만큼 업계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도 연착륙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고선영 금융정보분석원(FIU) 사무관은 6월 30일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국회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개정 특금법 시행령 토론회에서 "특금법 시행령 개정 준비과정에서 가상자산 업계와 한국블록체인협회, 관계기관 의견을 계속 수렴하고 있다"며 "시행령 작업 완료 후에도 의심거래 보고양식 마련 등 후속 조치로 세부 기준을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 밝혔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특금법은 가상자산 사업자를 금융회사로 정의하고, 가상자산을 통한 거래를 금융거래로 지칭하고 있다. 그간 가상자산 기업을 직접적으로 규율할 근거법이 없었지만 개정 특금법을 계기로 가상자산 산업이 제도권으로 편입되면서 가상자산 기업이 정부에 정식 사업 신고를 하고 합법적으로 사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내년 3월 개정 특금법 실행 후 금융당국에 신고없이 사업을 운영하는 가상자산 기업은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업계는 신고대상 기업 범위와 실명계좌 발급 등 신고 세부요건을 확정하는 특금법 시행령 개정 작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 사무관은 "실명확인 가상계좌 개설에 대해선 당국에서도 가상자산 사업자와 금융회사 간 어떻게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 고민이 크다"며 "다만, 실명계좌 역시 은행 계좌를 쓰는 것이기 때문에 은행의 AML 의무를 우선 고려해야 하는데 전세계적으로 AML을 위한 감독기관의 제재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은행 입장을 완전히 덮고 갈 수 없기 때문에 논의가 계속해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기업의 고객 확인의무 실행 방안에 대해선 주민등록번호 방식이 중점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한국블록체인협회는 "고객 확인을 위해 주민등록번호만 활용할 경우 대대적인 시스템 개편 등 실무상 부담이 크기 때문에 우선 주민등록번호와 연계정보(CI)값을 모두 병행토록 한뒤 1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순차적으로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고객확인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며 소프트랜딩 방식의 고객확인제도를 제안했다. 

이에 대해 고 사무관은 "특금법 기본 취지는 금융회사가 고객확인(KYC), 고액현금거래보고(CTR), 의심거래보고(STR)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라며 "FIU는 금융회사로부터 받은 거래 내역을 심사·분석해 위험하다고 판단할 경우 경찰 등 법 집행기관에 제공하도록 돼 있는데, 이 과정에서 주민등록번호가 아니면 자료 실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시행령 주요 위임 사항인 가상자산 사업자 범위와 관련해서도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해 제도 도입을 추진 중이란게 고 사무관의 말이다. 그는 "가상자산 사업자 전반 제도에 대한 합의가 없는 상태에서 특금법 적용 기업을 정하는 것인만큼 업계 목소리를 충분히 청취하고자 한다"며 "향후 시행령 안 마련부터 입법 예고 및 법제처 심사 과정까지 단계단계마다 업계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할 것을 약속한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