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비트코인 채굴량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국에 도전하는 해외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산업의 대중화에 앞서 직접 암호화폐를 채굴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판단에서 시장 진입을 서두르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내년 5월 비트코인 반감기를 앞두고 비트코인의 희소성이 높아질 것을 대비해 비트코인 채굴에 직접 뛰어드는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뉴욕 증권거래소 운영사 인터콘티넨탈익스체인지(ICE)가 지난 9월 기관용 비트코인 거래 플랫폼 백트(Bakkt)를 출시하며 기관투자자의 암호화폐 시장 진입을 본격화한 만큼, 미국 암호화폐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암호화폐를 채굴해 시장 주도권 선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기업 단위 암호화폐 채굴산업 진입 확산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을 중심으로 정부와 기업 단위의 암호화폐 채굴업 진입이 가속화되고 있다. 캐나다, 카자흐스탄 등은 값싼 전기료를 내세워 암호화폐 채굴업자들을 유인하고 있으며, 이란 정부는 지난 7월 암호화폐 채굴을 공식산업으로 승인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중국이 비트코인 채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블록체인 산업의 주도권 역시 중국에 무게중심이 쏠릴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대비해 각 나라들이 채굴산업을 합법화하거나, 채굴풀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채굴 점유율을 조금씩 가져오려는 것"이라 설명했다.
실제 현재 채굴기 제조업체와 채굴자 대부분은 상대적으로 전기요금이 낮은 중국에 집중돼 있다. 싼 전기료 때문에 채굴의 채산성이 높아 개인 채굴자나 대규모 마이닝 풀 입장에서 매력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중국 내 경기가 한풀 꺾이면서 암호화폐 채굴 산업이 더욱 활기를 띄기도 했다. 경기가 좋을 땐 공장에서 전기를 써야 했지만, 공장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남은 전기를 암호화폐 채굴에 쓰는 경우가 늘어났던 것. 특정한 사용처가 없어도 계속해서 전기를 생산하는 수력발전소를 활용해 암호화폐를 채굴하는 사례도 많았다.
”기관투자자 잡아라”…美 암호화폐 기업, 채굴사업 확대
하지만 최근 미국 주요 기업들이 암호화폐 채굴산업 진입을 본격화하며 중국 일변도의 채굴산업에 변화를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지난달 실리콘밸리 대표 벤처투자자인 피터틸과 디지털커런시 그룹 등으로부터 5000만달러(약 58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받은 미국 주요 암호화폐 채굴업체 레이어원은 상대적으로 전기료가 저렴한 텍사스 지역에 마이닝풀을 구축했다.
블록스트림 역시 캐나다 곳곳에 비트코인 마이닝 풀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9월 열린 업비트 개발자 컨퍼런스(UDC 2019)에서 블록포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한 샘슨모우(Samson Mow) 블록스트림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자체적인 암호화폐 채굴 서비스를 제공해 중국에 집중된 채굴풀을 분산시켜 산업의 탈중앙화를 실현코자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체인파트너스도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 채굴기업이 채굴풀을 장악하고 있는 상황은 미국 기관투자자의 비트코인 투자 꺼리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미국계 자본이 이러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직접 행동에 나서고 있다”고 진단했다.
비트코인 반감기도 한몫, 가격 점프 기대
업계는 내년 5월로 예정된 비트코인 반감기도 기업들의 채굴산업 진입의 주요 동기가 됐을 것이라 지적한다. 반감기를 지나 블록 하나에서 생성되는 비트코인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게 되면, 비트코인의 희소성이 더욱 높아지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영됐을 것이란 분석이다.
한 암호화폐 채굴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채굴 연산 난이도를 뜻하는 해시율(Hash rate)은 지난달 1억테라해시(TH/s)를 기록하며, 올초 3900만테라해시(TH/s)에 비해 193% 가까이 올랐다”며 “내년 상반기 비트코인 반감기를 거치면 해시율이 더 높아지면서 비트코인 채굴에 소요되는 컴퓨팅 파워도 늘어날 것”이라 진단했다.
네덜란드 기반 비트코인 채굴업체 비트퓨리(BitFury)의 이은철 한국지사장 역시 지난달 열린 한 블록체인 컨퍼런스에서 “비트코인 반감기가 지나면 가격이 증가되는 장점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비트코인 채굴시장 전망은 매우 좋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블록포스트 김소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