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5차 자금세탁방지 지침(5AMLD)이 10일부터 공식 발효됐다. 이 규정은 유럽에서 자금세탁과 테러리스트 자금조달 방지를 위해 금융거래상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의도로 2018년 1월 9일 법으로 제정되었다.

5AMLD는 사상 처음으로 그 규제 범위를 가상-법정화폐 교환 사업자나 수탁 지갑 (custodian wallet) 업체 같은 암호화폐 서비스 사업자들까지 포함하고 있다. 이 규제의 의도는 누가 암호화폐 거래에 참여하는지 신분과 내역을 공개함으로써 자금세탁이나 테러리즘 자금조달에 사용되는 사례를 방지하자는 것이다.

5AMLD의 자료에 따르면 이 법에는 다음과 같은 사항들이 포함된다고 한다.

  • 투명하지 않은 거래를 통해 자금세탁이나 테러리즘 자금조달을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누가 얼마나 가상화폐를 보유하는지에 대해 투명성을 높인다.
  • 유럽 금융 규제당국이 중앙은행 계정 등록부를 통해 정보에 효과적으로 정보에 접근 할 수 있게 한다.
  • 가상화폐와 선불 금융상품에 대한 익명의 사용과 연계된 테러리즘 자금조달 리스크를 줄인다.
  • 자금세탁방지 감독기구와 유럽중앙은행 간의 협력과 정보 교환을 활성화한다.
  • 고리스크 제 3국에 대한 평가 기준을 확대하고 해당국으로부터의 자금 유입 및 유출에 대한 관리 수준을 높인다.

위의 규제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벌금이 부과된다. 예를 들어 오스트리아의 금융규제당국은 이 규제를 위반하는 암호화폐 서비스 사업자에게 최대 20만 유로까지 벌금을 부과할 방침이다. 즉 암호화폐 사업자들이 5AMLD 위반 벌금을 지불해야  한다면 더 이상 사업을 계속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5AMLD가 암호화폐 서비스 회사들에 미치는 영향

유럽의 암호화폐 업체들은 5AMLD를 통해 제시된 규제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벌써 몇몇 사업체들은 이 규제법에 따라 준수해야 하게 된 고객알기제도(KYC) 및 자금세탁방지(AML) 준수 의무로 인해 사업을 접고 있을 정도이다. 영국 소재 암호화폐 월렛 사업자 보틀 페이(Bottle Pay)는 작년 말로 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작년 12월 13일 회사 블로그에 게재된 발표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우리 회사는 영국에 본사를 둔 수탁서비스 사업자로서 2020년 1월 10일부터 발효될 EU 차원의 5AMLD 규제를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이에 따라 우리가 고객으로부터 수집해야 할 추가적인 개인정보의 분량과 유형으로 인해 현재의 고객 경험이 크게 악화되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커뮤니티에 강요할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보틀 페이는 작년 9월 시드 펀딩으로 2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했음에도 사업을 접어야 했다. 사용자들이 소셜미디어 네트워크와 메신저 앱을 통해 소액의 팁을 암호화폐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이 회사는 펀딩을 받기 3개월 전에 설립되었다.

여기서 메시지는 매우 분명하다. 즉 EU는 암호화폐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이 분야 기업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 최초의 규칙을 내놓은 것이다. 이제 이 규제를 준수할지 아니면 이를 위반하여 벌금을 지불할지는 전적으로 기업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