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기업 중 직접 현금을 ㄱ래하지 않는 기업에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과잉규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 과정에 현금이 포함되지 않으면 자금세탁 우려가 높지 않기 때문에, 기존 제도권에서 조차 금융 사업자에게만 한정적으로 부과하는 AML 의무를 현금거래 없는 가상자산 사업자에게 부여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시행령, 가상자산 산업 현실적 고려해야" 

15일 업계에 따르면 권오훈 법무법인 오킴스 파트너 변호사 및 블록체인센터 센터장은 블록체인 AML 기업 머클 사이언스가 주최한 '특금법 개정안 이후, 가상자산사업자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웨비나에서  "가상자산사업자(VASP, Virtual Asset Service Provider) 신고수리 요건이 굉장히 까다로워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특금법 시행령을 정비할 때 가상자산 사업에 대한 현실적 고려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VASP에 대한 AML 의무를 골자로 한 개정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은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해 내년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신고 의무가 생기는 VASP 범위는 시행령에 위임돼 있고, 시행령 초안은 올 하반기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금법 시행령 주요 위임사항은 △AML 부과대상인 VASP의 범위 △특금법 적용대상인 가상자산 범위 △금융사가 VASP에 대해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개시하는 기준, 조건, 절차 등이다. 

현재 업계에서는 VASP는 특금법 신고수리 요건인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통한 금융거래 및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모두 충족해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해야 합법적인 사업운영이 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권 변호사는 "실명계좌는 은행이 자체적으로 제공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약 은행이 실명계좌 제공을 거부할 경우 VASP는 정부에 신고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금을 다루지 않는 VASP도 규제 범위에 포함돼 실명계좌를 보유해야 한다면 과잉규제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직접 현금을 거래하지 않는 VASP로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가상자산으로 자금을 모집하는 ICO(가상자산공개) 프로젝트와 가상자산 예치 서비스 제공업자 등을 제시했다. 또 현금의 속성을 띈 스테이블코인(가치안정화폐) 프로젝트나 가상자산을 통한 해외송금 제공업체 등도 포함했다. 

"가상자산 다루는 일반법 있어야"

권 변호사는 "지금까지 가상자산 거래소는 실명계좌 없이도 거래소 자체 법인계좌 하나로 운영이 가능했지만, 개정 특금법 시행 뒤에는 정부가 실명계좌 없는 거래소의 법인계좌를 동결하더라도 적접 행위가 될 수 있다"며 "정부가 은행계좌 중단으로 끝내지 않고 직접 거래소에 대해 형사처벌 등 제재 조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선 큰 문제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권 변호사는 가상자산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일반 법규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특금법은 가상자산과 관련한 수많은 카테고리 중 AML 분야만 하나만 규제하는 법률일뿐 가상자산 산업의 전체 발전을 담보하는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권 변호사는 "미국 가상자산 펀드회사 그레이스케일처럼 크립토 펀드 등 투자상품을 구성하는 일은 특금법만으론 요원하다"며 "현재 가상자산 금융상품에 대해선 정부가 행정지도 방식의 그림자 규제 방식을 취하고 있어 사업 전개에 어려움이 있는데, 향후 금융위가 크립토 금융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면 전향적인 가상자산 사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