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경제 모델을 지배하고 있는 비즈니스는 모두 플랫폼 모델입니다. 하지만 플랫폼 경제 모델이 비싼 수수료와 데이터 독식, 폐쇄적인 비즈니스 환경 등 각종 한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반 프로토콜 경제는 이 플랫폼 경제의 기술적 기반과 비즈니스 모델에서 불거진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힌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프로토콜 경제가 넥스트 경제모델"

김서준 해시드 대표는 지난 13일 동영상 서비스로 개막한 아시아 최대 블록체인 컨퍼런스 '코리아블록체인위크(Korea Blockchain Week, KBW) 2020'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KBW 2020은 팩트블록, 해시드, 블록포스트, 파이낸셜뉴스에서 주최하며 전세계 블록체인 전문가 50여명이 키노트 스피커로 참여하는 새로운 방식의 동영상 스트리밍 컨퍼런스다.

해시드는 블록체인 전문 투자사로 향후 플랫폼 경제의 다음 경제모델이 될 '프로토콜 경제'에서의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회사를 발굴하고 투자하고 있다. 특히 최근 프로토콜 경제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인 '탈중앙금융(De-Fi)'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집중적으로 단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디파이는 핀테크가 전통 금융에서 10~20년에 걸쳐 천천히 중앙화된 파트너십과 협력과 개발을 통해 만들어온 것들을 1~2년 사이에 개념적으로 거의 따라잡았다"며 "예금, 대출을 비롯해 한국의 뱅크샐러드 같은 종합자산 관리 서비스도 디파이에선 코드를 통해 누구나 제약없이 개방된 형태의 금융으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파이는 계약 당사자에 대한 무신뢰성(디파이에서 발생하는 모든 거래는 스마트 컨트랙트의 코드베이스로 자동화돼 있어 애초에 상대방에 대한 신뢰문제를 고려할 필요가 없음)과 결합성(다른 사람이 만든 디파이에 허가 없이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음)을 강점으로 올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지난 9월 기준 탈중앙 거래소에서 거래된 총 가상자산 거래량은 20조원으로, 400억원이었던 작년 동기 대비 약 500배 가량 규모가 늘었다.

"모든 종류의 자산, 디파이에 오를 것"

일례로 블록체인 기반의 예금, 대출 프로토콜인 컴파운드는 올해 세달만에 전체 예치자산이 7~8배 가량 증가하면서 빠르게 디파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컴파운드는 프로토콜에 예금을 맡기거나 대출을 해가는 사용자에게 매일 일정 비율만큼의 컴파운드 토큰을 지급하는 전략으로 급속도로 규모를 키웠다. 대표적인 탈중앙 거래소인 유니스왑도 비슷한 방식으로 지난달 기준 미국에서 가장 큰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의 일 거래량을 뛰어넘기도 했다.

기존 은행 등 금융사와 달리 개방적인 경영을 채택하고 있는 것도 디파이의 주목할만한 점이다. 디파이 서비스의 토큰 보유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프로토콜 정책을 제안하고 여기에 대해 다른 토큰 홀더들이 투표를 하며 서비스를 개선시켜 나가는 것이다. 담보대출 프로토콜인 메이커다오의 경우 매주 유튜브를 통해 거버넌스 투표를 하며 이자율을 포함한 중요한 정책에 대해 토큰 홀더들과 공동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

김 대표는 "다양한 디파이 섹터 중에서 향후 디파이 시장 전체 크기를 현저하게 키울 가능성이 높은 분야는 합성자산"이라며 "현재 원화나 위안, 엔화 같은 다양한 기축통화와 연동된 합성자산이 발행되고 있는데 이를 넘어 금, 오일, 스탠더드앤푸어스(S&P) 500, 애플, 테슬라 등 주식을 포함해 여러 자산군이 토큰화되고 또 이를 조립해 파생상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예측했다.

그는 "개방화된 경제에서 참여자들이 내가 일한만큼 투명하고 공정하게 보상을 받고, 업사이드가 있는 자산을 함께 나눠가지면서 성장할 수 있는 경제를 만들기 위해선 중앙화된 서버 기반의 플랫폼 경제를 넘어서는 프로토콜 경제가 필수적으로 등장해야 한다"며 "카카오, 라인, 페이스북 같은 거대 메신저 회사의 블록체인 네트워크 개방, 빠르게 가상자산에 플러그인 되고 있는 전통 금융기관의 비즈니스 등 전세계적인 흐름을 타고 오는 2021년엔 가상자산 시장의 매스 어덥션이 본격화 될 것"이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