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에 가상자산 업계 인사가 처음으로 등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할 당시 두번째로 많이 기부한 개인으로 기록된 샘 뱅크맨-프리드(Sam Bankman-Fried) FTX 최고경영자(CEO)가 개인 자산 9조7000억원으로 포브스 선정 최고 부자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샘 뱅크맨-프리드, 9조7000억원으로 1위

포브스는 8일(현지시간) '2021년 포브스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를 발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전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전년에 비해 억만장자 수가 더 늘었다. 특히 올해 포브스 선정 최고 부자에는 가상자산 업계 인사가 처음으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가상자산 업계에서는 총 9명이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2020년 3월 중순부터 2021년 3월 중순까지 비트코인(BTC)이 800% 급등하는 등 주요 가상자산의 시세가 오른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다.

가상자산 가장 재산이 많은 사람은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소 FTX와 가상자산 유동성 공급회사 알라메다리서치(Alameda Research)를 운영하고 있는 샘 뱅크맨-프리드 CEO다. 올해 29세인 그의 재산은 무려 87억달러(약 9조7000억원)로 기록됐다. 바이든 대통령이 선거운동을 할 때 두번째로 많은 금액을 후원한 개인으로 알려지면서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가 당시 바이든 대통령에게 후원한 금액은 520만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58억원이다.

FTX는 설립 1년도 채 되지 않은 2020년 1월 유니콘 지위를 달성했다. 유니콘은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 이상의 가치를 지닌 스타트업을 의미한다. FTX는 지난 해에 탈중앙금융(디파이, DeFi) 전문 탈중앙화거래소(DEX)인 세럼(SERUM)을 출범시키기도 했다. 알라메다리서치는 총 320억달러(약 35조7000억원)의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

윙클보스 형제, 각각 3조원 

이 외에도 총 페이스북 사업의 초기 아이디어 제공자로 잘 알려진 캐머론과 타일러 윙클보스(Cameron and Tyler Winklevoss) 형제가 각각 30억달러(약 3조3000억원) 자산을 보유하면서 리스트에 추가됐다. 이들 윙클보스 형제는 총 7만개의 비트코인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하루 거래량이 2억달러(약 2231억원)에 이르는 가상자산 거래소 제미니(Gemini)를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가상자산 업계 또 다른 인사는 미국 연방법원이 2014년 온라인 암시장 실크로드(Silk Road)에서 몰수한 비트코인을 1870만달러(약 209억원) 어치 매입한 벤처 및 블록체인 투자자 팀 드레이퍼(Tim Draper)다. 현재 그의 자산은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에 이른다.

이번에 포브스가 발표한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는 지난 해 3월 18일 발표한 것보다 660명 증가한 총 2755명을 기록했다. 이 리스트에 처음 이름을 올린 억만장자는 총 493명이었다. 1년간 매 17시간마다 한명씩 탄생한 셈이다. 종전에 가장 많이 억만장자가 추가된 시기는 2015년으로 당시 290명이었다.

올해 총 2755명 중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 아마존 CEO가 1위를 차지했다. 테슬 일론 머스크(Elon Musk) CEO는 전년 31위에서 올해에는 2위로 대폭 상승했다. 테슬라는 최근 15억달러 상당의 비트코인 매입을 알렸으며 이로 인해 머스크 CEO는 가상자산 시장의 일약 주인공으로 등극했다.

한국의 억만장자는 총 44명으로 1년 전 28명보다 16명 증가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145위), 김정주 NXC 대표(158위), 김범수 카카오 의장(251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297위)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