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매체 코메르산트(Kommersant)는 러시아 중앙은행의 블라디미르 치스튜힌(Vladimir Chistyukhin) 제1부총재가 암호자산 규제 완화를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이러한 검토 배경이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국가가 부과한 제재”라고 명확히 밝혔다.
치스튜힌은 특히 “정상적인 통화로 해외 결제를 하는 데 제약”이 커진 상황에서 암호화폐 규제 완화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러시아는 2020년 여름,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 자체를 금지한 바 있다.
그는 중앙은행이 이 문제를 이달 말까지 재무부와 조율할 것으로 전망했다. 핵심 논의는 실제 암호자산의 매매·인도 시 적용되는 ‘초(超)고자격 투자자(super-qualified investor)’ 요건 폐지 여부다. 해당 요건은 중앙은행과 재무부가 국가 차원의 암호화폐 거래소를 개설한 올 4월 말에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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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자격 투자자란 무엇인가?
올해 새롭게 도입된 초고자격 투자자(super-qualified investor) 분류는 연간 소득 5,000만 루블 또는 순자산 1억 루블(약 130만 달러) 이상이라는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이 기준은 사실상 러시아 상위 소득 계층만 암호화폐 매매 또는 투자에 접근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장치였다. 치스튜힌은 새로운 암호자산 규제에서 “초고자격 투자자 요건 적용이 타당한지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존의 강경한 암호화폐 규제를 완화하려는 방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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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제재 대응
러시아는 수년간 서방의 포괄적인 제재 대상이었고, 미국·유럽 규제기관은 암호자산을 이용한 제재 회피 시도를 집중적으로 겨냥해왔다.
올해 10월 말, 유럽연합(EU)은 19번째 제재 패키지를 발표하며 암호화폐 플랫폼을 추가 제한했다. 여기에는 루블 연동 스테이블코인 A7A5에 대한 제재도 포함됐다. EU는 A7A5를 “전쟁 수행 활동을 지원하는 주요 금융 도구”라고 규정했다.
앞서 10월, 키르기스스탄에서 발행되지만 루블을 담보로 하는 A7A5가 세계 최대 비(非)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으로 성장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또한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8월에 암호화폐 거래소 가란텍스(Garantex Europe)를 재차 제재 명단에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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