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업체들 잇따라 싱가포르行..발빠른 제도화 성과

아시아 금융허브로 불리는 싱가포르가 내년 1월 28일부터 블록체인‧암호화폐 서비스를 제도권으로 편입하겠다고 나섰다. 싱가포르 정부의 제도화가 가시권에 들어오자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이 속속 싱가포르행을 택하고 있다.

한국에서 스테이블코인(가치안정화폐) 없이 '반쪽짜리' 블록체인 기반 간편결제를 해 온 핀테크 업체 테라가 관련 허가 신청을 준비 중이다. 또 싱가포르 정부의 증권형 토큰 영업 허가를 먼저 받은 블루오션(전 블루웨일)도 내년 1‧4분기 부동산 유동화증권(ABS) 플랫폼 ‘셰어러블 에셋(SA)’ 출시에 더욱 속도를 낼 예정이다.

싱가포르 정부가 발빠르게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 정책을 마련하면서 디지털 자산 시장 선점을 통한 글로벌 금융 허브 도약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테이블코인도 영업 허가 대상
23일 법조계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통화청(MAS)이 올 1월 제정한 ‘지불 서비스 법(Payment Service Act, PSA)’이 내년 1월 발효된다. 블록체인‧암호화폐 관련 업체가 싱가포르에 법인을 세우고, 요건을 갖춰 자금교환(환전)‧표준결제기관‧메이저결제기관 자격 중 하나를 취득해 영업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PSA가 규정한 7가지 서비스 유형은 △계좌 발행 △국내 송금 △해외 송금 △상품 구매 △e머니 발행 △디지털 결제 토큰 △환전이다. 블록체인‧암호화폐 업체가 다루는 토큰이 마일리지와 같은 기능만 있다면 PSA 규제대상이 아니다. 자금세탁방지 등 PSA 법 취지에 따라 포인트나 마일리지 같은 유틸리티 토큰은 규제 대상이 아니다.

반면 결제형 토큰 기능이 있다면 영업 허가 가능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법무법인 한별은 “스테이블코인이 달러(USD)나 싱가포르 달러(SGD) 등 특정통화와 연동 되면 PSA가 정한 7가지 서비스 유형 중 e머니로 분류돼 영업 허가가 필요하다”며 “거래소나 장외거래(OTC), 에스크로, 대출 등 디지털 결제 토큰을 취급하는 업체도 영업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테라, 싱가포르서 스테이블코인 간편결제 출시
세계 상위 20위권에 속하는 글로벌 금융사를 비롯해 600개 이상의 금융기관이 진출해 있는 싱가포르가 PSA 시행을 통해 디지털 자산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이유는 향후 디지털 금융시장도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트라(KOTRA) 싱가포르 무역관은 관련 보고서를 통해 “싱가포르는 PSA 시행을 통해 디지털 결제 토큰 서비스 관련 제도를 명확히 갖추게 됐다”며 “동시에 자금세탁 및 테러자금조달 방지 부분에서는 한국보다 더 구체적이고 엄격하다”고 강조했다.

금융 소비자 보호를 전제로 한 블록체인‧암호화폐 제도 정비는 국내 유망 기업들도 제안해온 부분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을 형법 관련 처벌 등 사후규제 대상으로만 여긴 채 제도 정비를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초 스테이블코인 ‘테라’를 기반으로 간편결제 서비스를 준비한 테라가 국내에서는 시중은행 계좌와 연계된 ‘차이’ 서비스로 바꿔 출시한 것도 규제 불확실성 때문이었다.

테라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 ‘테라’가 적용된 간편결제 서비스는 관련 법·제도가 명확한 국가를 거점으로 단계적으로 선보이고자 준비해왔다”며 “싱가포르가 PSA를 시행하는 시점에 맞춰 해당 자격 취득을 위한 지원서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영업 허가를 받게 되면, 테라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출시하려고 했던 스테이블코인 기반 간편결제를 싱가포르에서 출시하게 된다. 최근 몽골 현지 화폐 투그릭(MNT)과 1:1로 연동해 출시한 스테이블 코인 ‘테라 MNT’를 기반으로 간편결제 서비스 ‘미미페이’를 선보인 것과 유사한 형태다.

/블록포스트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