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없는 금융'으로 불리는 탈중앙화금융(디파이, DeFi)가 세계 가상자산 산업의 투자를 독식하고 있다. 올들어 해외시장을 중심으로 급속히 성정하고 있는 디파이 프로젝트들이 블록체인·가상자산 산업의 투자를 모두 빨아들이면서 주요 투자처로 부상한 것이다.

3·4분기 투자 80%, 디파이 집중

5일 가상자산 공시 플랫폼 쟁글의 '3·4분기 가상자산 시장 기관 투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7월부터 9월까지 총 36건의 가상자산 기업 투자가 이뤄졌는데, 이중 23건이 디파이 프로젝트 대상 투자였다. 탈중앙 가상자산 거래소(DEX)에 대한 투자도 6건으로, 종합하면 81%의 투자가 디파이 분야에 집중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기관들은 디파이 프로젝트와 직접 거래하는 대신, 디파이 생태계를 구축하는 인프라 시스템에 투자를 집행하는 경향이 강했다. 또 디파이 자산 운영 플랫폼이나 위험 관리 분야에 대한 투자도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트론과 아이오에스티는 디파이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펀드를 출시했다. 아이오에스티는 100만달러(약 11억원) 규모의 '노아 오라클 펀드'를 통해 디파이 프로젝트 성장 지원 의지를 밝혔고, 트론도 지난달 트론 블록체인 기반 디파이 서비스 개발자를 대상으로한 펀드 운영 계획을 발표했다.

디파이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 자산 관리 플랫폼 재퍼도 같은 기간 150만달러(약 17억원) 시드투자를 유치했다. 재퍼는 지난달 후오비 디파이 얼라이언스에 새롭게 합류했고, 서비스 편리함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탈중앙 거래소·NFT 사용자도 증가

일반 가상자산 거래소 보다 사용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던 탈중앙 거래소들도 디파이 프로젝트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사용자가 급증했다. 사용자가 탈중앙 거래소에서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계약(조건부자동계약체결)으로 자체적으로 가상자산 거래쌍을 만들거나, 플랫폼 유동성 공급에 대해 토큰 보상을 지급받는 등 중개인 없는 디파이 모델을 차용하며 같은 기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주요 탈중앙 거래소 유니스왑은 지난달 1100만달러(약 127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유니스왑의 자체 토큰인 유니(UNI)는 발행 당일 바이낸스, 후오비 등 대형 가상자산 거래소에 잇따라 상장되며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증했다.

보고서는 디파이 성장이 NFT(Non-Fungible Token, 대체불가능한토큰) 분야로도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블록체인을 통해 다양한 디지털 자산이 발행되고, 이는 P2P(개인간) 거래, 파생상품, 대출 등 디파이 서비스와 시너지를 발휘해 가상자산 생태계 확장에 기여할 것이란 설명이다. 일례로 지난 8월 1200만달러(약 139억원) 투자를 유치한 대퍼랩스는 블록체인을 통해 NBA 스포츠 카드를 고유의 가치를 지닌 NFT로 발행하는 게임을 출시, 디지털 자산 서비스 확장에 나서고 있다.

쟁글 리서치 측은 “지난 7, 8월 내내 디파이 토큰 가격이 급등세를 이어가다가 9월 들어 크게 조정받은 상황이다"며 “하지만 디파이에 대한 크고작은 투자 유치 성공사례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디파이는 물론 가상자산 업계의 점진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해 기대해볼만 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