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금법 개정안, FATF권고보다 강한 규제로 산업 고사 우려 제기

국회 정무위원회가 다음 달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정책권고를 이행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을 재논의하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하지만 야당과 법조계를 중심으로 특금법 개정안이 FATF 권고안보다 강력한 규제조항을 담고 있어 암호화폐 산업 전체가 고사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어 심층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확산되고 있다 .

금융위 “FATF 심사결과 나오기 전에 특금법 통과돼야”
30일 국회에 따르면 정무위 법안심사소위가 오는 11월 재소집될 예정이다. 지난 24일 비공개로 열린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처음 논의됐던 특금법 개정안들이 재상정될 가능성이 높다. 정무위 소속 복수의 여야 의원실 관계자는 “금융위가 정부안에 가까운 김병욱 의원의 특금법 개정안을 원안 그대로 신속히 통과시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하지만 FATF 권고안보다 규제강도와 시장진입장벽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시 법안심사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금융위 손병두 부위원장이 "각국 자금세탁방지 수준은 국제기구에서 주기적으로 상호평가를 한다"며 "FATF가 지난 7월 한국 시장을 조사했던 결과 발표를 내년 2월에서 4월 사이에 할 예정이기 때문에 이전에 특금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상당히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법안심사소위원장인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은 "가상자산(암호화폐)을 이용한 자금세탁방지가 목적인 특금법 통과가 굉장히 시급한 것 같다"며 공감을 표하면서도 “FATF 가이드라인과 기존 특금법 및 김병욱 의원안의 차이점을 한 번 더 고민하고 이견이 있는 의원들과 심도 있는 심사를 위해 다음 소위에서 계속 논의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 “ISMS 인증 등 독소조항 빠져야”
현재 자유한국당 등 야당 의원들이 이견을 표명하는 부분은 특금법 개정안이 FATF 권고안에 없는 규제까지 반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손 부위원장은 “FATF 가이드라인에 없는 것 중 김병욱 의원 특금법 개정안에 들어간 것이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의무 준수와 실명확인계좌 발급 등”이라며 “과거 가상자산 투기열풍을 잠재우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이 실명으로 확인하고 거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제기준에 나오지 않지만 모범사례로 여겨 입법으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ISMS 인증과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 등은 암호화폐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이는 ‘독소조항’이라는 게 자유한국당 측 입장이다. 당시 정무위 야당 간사인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이 손 부위원장을 향해 “은행을 통한 실명확인계좌 발급 기준조차 마련하지 않아 거래를 막고 시장을 침체시켜 놓고서는 모범사례라고 하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반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야당 의원들은 특금법 개정안 적용 대상이 FATF 권고안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관련 시행령과 금융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재량에 맡겨진 영업 신고 수리 여부 및 감독권한이 모호하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른바 ‘그림자 규제’로 인한 블록체인·암호화폐 업계 경영 불확실성이 가중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법무법인 한별 권단 변호사는 최근 오픈블록체인산업협회가 개최한 한 세미나에서 “현재 특금법 개정안은 대통령령 위임 및 감독관청 재량이 커서 암호화폐 시장과 업계에 불명확성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명확한 법‧제도가 있어야 적합성을 갖춰 시장 선점 노력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추가 논의를 통해 FIU 등의 재량권을 최소화하고 자금세탁이 우려되는 영역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모두 허용하는 형태의 네거티브 규제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록포스트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