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발행 디지털 통화(CBDC) 연구 조직을 설립하고 전담 인력을 강화한다. G7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CBDC 추진 상황을 살피고,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 논의에 적극 참여하기 위해서다.

한국은행은 27일 발표한 ‘2020년 통화신용정책 운용방향’을 통해 “핀테크 혁신에 부응하기 위해 지급결제 인프라를 확충·개선하고, 분산원장기술(블록체인)‧암호자산(암호화폐)‧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등에 대한 연구를 보다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CBDC는 비트코인(BTC) 등 기존 암호화폐보다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화폐와 더 닮은꼴이다.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형태로 저장되는 것은 암호화폐와 비슷하지만, 발행규모와 교환가치는 일반화폐와 같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즉 CBDC를 도입하면 중앙은행이 자금의 유통경로와 수량을 추적할 수 있어 지하경제 양성화 효과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은행권 같은 전통 금융시스템 안정성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전 세계 중앙은행의 70%가 CBDC 발행 보다는 연구단계에 머물러 있다. 한국은행은 역시 지난해 1월 구성한 ‘가상통화(암호화폐) 및 CBDC 공동연구 태스크포스(TF)’ 활동을 1년 만에 종료하고, 자체 연구를 지속하겠다는 입장만 고수해왔다.

하지만 G7 스테이블코인 워킹그룹이 지난 10월 “각국 중앙은행은 CBDC 발행에 따른 편익과 비용 관점에서 각자 또는 공동으로 CBDC 발행의 타당성을 검토해줄 것을 권고한다”고 밝히면서, 한은 역시 CBDC 관련 전담조직까지 구성했다. 또 한국은행은 ‘2020년도 한국은행 박사급 연구인력(종합기획직원) 채용’ 관련 공고를 통해 디지털 화폐 및 암호자산 등 지급결제 분야 연구자 구인도 나선 상태다.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전자금융조사팀 관계자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에 대한 연구를 예전부터 꾸준히 하고 있었다”며 “다만 이것이 한국에서 CBDC를 발행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상대적으로 결제 인프라가 우수한 한국에서 CBDC를 발행해야 하는 이유가 아직 명확치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다만 한국은행에는 경제·경영학 박사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이번 CBDC 사례처럼 경제와 정보기술(IT)이 맞물리는 국제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 연구역량을 갖추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블록포스트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