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유통되는 가상자산의 90%에 달하는 이더리움 기반 가상자산들이 일제히 거래가 중지되는 초유의 사고가 지난 11일 발생했다.

이더리움 인프라 제공업체 인퓨라의 시스템에 이상이 발생, 글로벌 이더리움 서비스들이 전체적으로 피해를 입은 것이다.

업비트-빗썸-코인원, 이더리움 입출금 일제히 중단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이더리움 인프라 제공업체 인퓨라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더리움 geth(노드를 운영하는 소트프웨어 방식)의 과거형 버전인 1.9.9 및 1.9.13 버전에서 버그가 발생한 것을 포착했다"며 인프라의 이상을 공지했다. 

인퓨라의 서비스는 11일 오후 4시경부터 장애를 일으켰다. 이후 빗썸, 업비트, 코인원 등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같은날 오후 5시경 이더리움 및 ERC-20(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발행된 토큰) 계열 가상자산 입출금을 일시 중단했다. 국내 유통 가상자산 중 이더리움 계열의 비중은 90%에 달한다. 

인퓨라의 장애로 피해를 입은 거래소들은 이더리움 네트워크의 노드를 자체적으로 구축해 그 위에 거래 플랫폼을 올려 운영하는 것이 아닌, 외부 노드 서비스(프로그램)를 끌어다가 간접적으로 이더리움 거래를 지원하는 형태를 띄고 있다. 이에 따라 인퓨라를 비롯해 과거 버전의 이더리움 응용 프로그램을 쓰고 있는 모든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이번 버그에서 비롯된 문제로 타격을 입었을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반면, 국내에서 이더리움 노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해치랩스나 헥슬란트 같은 블록체인 기술 전문업체들의 솔루션은 이번 네트워크 장애 사태와 무관하게 고객사의 이더리움 입출금 서비스를 정상적으로 제공했다. 양사는 모두 노드를 최신버전으로 업데이트했고, 지속적으로 이더리움 네트워크를 모니터링하면서 사전에 문제를 예방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자체 블록체인 노드 운영 고려해야"

특히 가상자산 거래소 고팍스는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이더리움 노드를 구축해 이더리움 거래를 지원하는 형태로 플랫폼을 운영했던 덕분에 마찬가지로 이번 이슈와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이더리움 입출금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었다.

거래소가 직접 블록체인 네트워크 노드를 운영하면 안정성이 높고, 시스템 변화에 대응이 쉽다는 강점이 있지만, 비용과 시스템 관리등 불편이 따라 국내 거래소들은 대부분 외부 솔루션을 빌려 쓰는 실정이다.  

일 거래량 기준 전세계 10위권 내의 가상자산 거래소 비트파이넥스 파올로 아르도이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인퓨라가 가상자산 산업에 중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가상자산처럼 분산화된 산업에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중앙화된 서비스에 의존하는 덫에 빠지면 안된다"며 "가상자산 거래소는 자체 이더리움 노드를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헥슬란트 최지혜 리서치센터 팀장은 "향후 이번과 같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선 인퓨라 같은 노드 솔루션을 최소 2개는 사용해야 한다"며 "즉, 블록체인 정보를 확인하고 전파하는 기능에 대한 이중화를 통해 단일 솔루션을 이용했을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