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같은 암호화폐 거래수익에 대해 과세방안을 마련키로 하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최근 2~3년간 국회 국정감사 때 마다 지적된 ‘암호화폐 과세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법적 정비가 이뤄지지 않아 암호화폐가 세금의 공백지대에 놓여있었는데, 이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정책의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그동안 주요 20개국(G20)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암호화폐가 자금세탁‧조세회피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대응책을 마련하도록 권고한데 따른 정부 차원의 대안 마련 수순으로도 풀이되고 있다.

암호화폐, 자산으로 규정
9일 기재부는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세금부과를 위해 세법 개정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비롯해 예산정책처‧입법조사처 등이 권고한대로 소득세법 개정이 유력해 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예산정책처는 "암호화폐 교환중개‧결제 서비스‧채굴 등의 사업으로부터 발생하는 소득은 현행법에 따라 사업소득세 또는 법인세로 과세할 수 있다”며 “암호화폐 매매차익을 양도소득세 등으로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므로 법률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가 세법 개정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암호화폐를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자산거래로 인한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암호화폐와 가상통화 등으로 제각각 불렸던 용어를 ‘가상자산’으로 통일하면서, 암호화폐 거래를 자산거래로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

언제부터 세금 물리나?
기재부,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는 2017년 9월부터 운영해 온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 연구결과 등을 바탕으로 이르면 2021년 적용할 세법 개정안에 암호화폐 과세 방안을 담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적용할 세법 개정안에는 암호화폐 과세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정부는 “암호화폐에 대한 과세방안을 마련하기로 결정했으나 구체적인 세목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암호화폐 거래 소득을 양도소득으로 할지, 기타소득으로 할지 등 세부 논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과세방안 마련 이전에 특금법 개정과 시행령 마련등 산업 전반에 대한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암호화폐를 가상자산으로 개념을 규정하고, 은행과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자금흐름을 추적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가 먼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암호화폐 관련 법인의 소득활동을 인정하고 이들의 사업소득에 대한 과세와 개인의 거래에 대한 세금부과 방안이 함께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특금법 개정안은 지난달 25일 국회 정무위를 통과한 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의결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해외선 어떻게 과세하나?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싱가포르 등 해외 주요국은 이미 암호화폐의 ‘자산 성격’을 인정해 투자에 따른 소득이 발생하면 과세하고 있다. 또 암호화폐 채굴 및 교환중개 등에서 발생한 사업소득에 대해서도 법인세를 부과하고 있다. 암호화폐 관련 산업을 규정하고 법인 활동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암호화페 관련 산업의 규정 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금부과 방안부터 마련한다는 소식에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부터 나온다. 암호화페 관련 기업의 사업이나 거래에 대한 규정 조차 없이 거래에 대한 세금부과 방안이 먼저 거론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업계에서는 “우리 정부의 과세 방침은 블록체인‧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육성이나 규정 보다는 자금세탁 방지 등 규제 목적이 더 강해 보인다”며 “산업활동을 보장하고 산업활동에서 생기는 이익에 대해 과세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산업정책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블록포스트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