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2019년 5월에 “프로그래머블 블록체인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와 스위치”라는 제목의 특허를 출원했다. 그 동안 블록체인 분야 진출을 자제해온 편이던 삼성이 프로그래머블 블록체인 SSD의 특허를 등록한 것이다. 새로 설계된 시스템의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지만, 대기업들의 블록체인 관련 특허 출원 신청이 급증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삼성 블록체인 SSD의 암호화폐 채굴 성능, 차원이 달라
삼성이 암호화폐 채굴 분야에 거대한 파급력을 미치려 한 것은 상기 특허가 처음은 아니다. 삼성은 2018년 1분기부터 비트코인 채굴용의 3 나노미터 및 5 나노미터 칩을 설계 및 제조해 왔다. 극자외선 리소그래피(EUV)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삼성의 제조 공정은 새로운 7LPP 칩의 밀도와 에너지 효율을 더욱 높여준다.
삼성은 비트코인 ASIC 분야의 랭킹 3위 설계업체인 마이크로BT(MicroBT)와도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마이크로BT의 최신 디바이스인 M20S WhatsMiner는 초당 68테라해시(Th/s)의 성능에 테라해시당 48와트의 전력 효율을 갖추고 있어 삼성 칩이 비트메인의 칩보다 다섯 배 더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고 한다.
삼성 특허의 기술적 세부 사항
이 프로그래밍 가능한 데이터 저장 장치는 비휘발성 메모리와 시스템을 제어하도록 구성된 스토리지 컨트롤러로 구성된다. 이 장치는 블록체인 알고리즘을 구현하도록 구성된 네트워크 인터페이스와 필드 프로그램 가능한 게이트 어레이를 가지고 있다. 스토리지 컨트롤러를 통해 비휘발성 메모리에 블록체인 알고리즘에 해당하는 블록체인을 최소 한 블록 저장한다.
또한, 게이트 어레이는 지시사항이 저장된 메모리가 있는 프로세서로 구성될 것이다. 실행될 때, 프로세서는 네트워크 인터페이스를 통해 하나 이상의 블록체인 블록을 송수신한다. 또한 프로세서는 블록체인 상에서 하나 이상의 블록에 대해 블록체인 알고리즘을 실행하기 위해 프로그래밍 가능한 게이트 어레이를 제어한다.
신특허의 장점
삼성 특허의 중요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범용 컴퓨터 장치와 ASIC의 단점을 검토해야 한다.
범용 컴퓨터 장치(일반적으로 GPU)는 적절한 소프트웨어, 드라이버 및 구성과 결합하여 적당히 효율적인 채굴 알고리즘을 실행해야 한다. 하나의 GPU가 이 기술을 통해 여러 개의 동전을 채굴할 수 있지만, 효율은 매우 낮다. 게다가 채굴되는 동전을 바꾸는 것은 번거롭고 매우 적은 수의 채굴자들만 그렇게 할 수 있으며 GPU의 가격은 게임과 가상 현실 산업에 의해 영향을 받는 등 변동성이 크다.
반면에, ASIC 채굴기는 특정 알고리즘을 계산하기 위해 고안된 전문 채굴 장비들이다. 채굴 용도로만 개발된 하드웨어는 범용 컴퓨팅 장치에 비해 훨씬 더 효율적인 채굴을 가능케 한다. 그러나 ASIC채굴기는 새장비가 개발되면 쓸모없게 되고 많은 코인들은 특별히 ASIC와 호환되지 않도록 설계된다.
암호화폐 분석가인 샘 타운(Sam Town)은 코인텔래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의 특허가 반드시 삼성이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특허는 다른 기업들이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것을 막는 방어용 무기가 될 수 있다. 또한 특허는 회사의 의도를 시장에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삼성의 경우가 바로 이에 해당될 것이다."
그러나 모바일 채굴과 호환되는 최초의 디지털 통화인 Pi의 기술 책임자인 니콜라스 콕칼리스(Nicolas Kokalis)는 타운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유연성은 속도와 전력 소비를 감당할 때 확보할 수 있다. FPGA는 소프트웨어로 재프로그래밍할 수 있지만 ASIC보다 속도가 느리고 전력 소모량도 더 많다. 따라서 속도와 전력 소비가 중요한 비트코인의 업무 증명과 같은 합의 알고리즘에서는 ASIC가 채굴자들의 선택이 될 것이다."
삼성의 암호화폐 시장 진출과 영향
삼성은 올해에 블록체인 기반의 업체인 블로코(Blocco)에 약 810만 달러를, 이스라엘의 암호화폐 지갑 스타트업인 케이젠 네트웍스(KZen Networks)에 400만 달러를 투자했다. 이더리움 플랫폼 기반의 독자적인 블록체인 메인넷도 개발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삼성 코인(Samsung Coin)이라는 독자적인 암호화폐 토큰도 개발 중이라고 발표했다.
올해 7월에는 삼성 갤럭시 S10 사용자의 경우 Pundi XWallet 앱을 삼성 블록체인 지갑에 추가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고객들은 삼성 블록체인 지갑에 들어있는 암호화폐를 Pundi XWallet으로 옮길 수 있다. XWAllet은 현재 33개의 다양한 암호화폐를 지원하며, 탈중앙화 앱(DApp)이 통합되어 있다. 이 지갑에 이미 탑재되어 있는 디앱(DApp)은 열 개가 넘는다.
삼성의 암호화폐 채굴 분야 진출은 해당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계 최대의 기업 중 하나인 삼성은 세계 각국의 규정에 입김을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론상, 삼성은 세계 각국 정부를 대상으로 로비를 펼치고, 심지어는 암호화폐에 대한 대중의 인식까지 바꿀 수 있는 영향력과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