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은 기술을 넘어 조 단위의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블록체인 산업의 탈중앙화된 서비스가 어떤 수익 구조를 가지고 가치를 창출해내는지 이해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이 최종 사용자까지 도달하는지를 정리한 프레임워크의 부재를 뜻하기도 한다. 지난 8월 발표된 블록 크래프터스의 리서치 리포트는 블록체인 서비스 산업의 가치 사슬을 분석하며, 이것이 블록체인 산업의 미래에 시사하는 점을 정리했다.   

 

블록체인 산업의 가치 사슬을 그리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회사들은 블록체인 기술이 기존 산업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력 중 하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가치 사슬의 탄생’이라고 응답했다. 그림 1은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한 상품과 서비스가 최종 사용자까지 도달하는 여정을 그려낸 가치 사슬이다. 이 가치 사슬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는 하드웨어 제조, 블록체인 프로토콜 개발, Dapp (Decentralized Application; 탈중앙화 애플리케이션) 개발, 그리고 서비스 배포가 포함된다. 각 단계에는 산업의 플레이어, 수익 모델, 사업의 영속성을 위한 핵심 요소 및 공통으로 필요한 부가 기능들이 소개되어 있다.

그림1. 블록체인 서비스 산업의 가치 사슬 (출처: 블록크래프터스 리서치)

 

모든 것은 하드웨어로부터 시작되었다.

블록체인의 산업은 하드웨어에서 시작된다. 소프트웨어인 블록체인 기술과 서비스가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기기가 필수적이다. 하드웨어 제조 단계에서는 IT/모바일 기기 제조업자와 채굴용 하드웨어 제조업자라는 두 플레이어가 공존한다. 해당 산업에서 눈에 띄는 트렌드는 삼성, Lenovo, HTC 등 글로벌 모바일 기기 제조업자들의 시장 진입이다. 이들은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사용에 특화되거나, 암호화폐 월렛, 프라이빗 키 스토어 등의 서비스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높은 진입 장벽과 대중성의 부족은 블록체인 서비스 산업의 가장 큰 도전 과제 중 하나로 손꼽혔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블록체인 친화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하드웨어 기기는 블록체인 기술의 대규모 상용화를 향한 발판을 제공한다. 블록체인 기술의 하드웨어 산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여기 또 있다. 암호화폐 월렛 서비스와 키 스토어 기능을 탑재한 갤럭시 S10을 출시했던 삼성은 높은 하드웨어 보급률과 다르게, 모바일 앱 시장에서는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지 못했다. 모바일 산업과 다르게 블록체인 산업에서 삼성은 초기부터 Dapp 마켓 시장으로의 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블록체인 산업의 가치 사슬 내에서 전방 통합 (Forward Integration; 가치 사슬 내에서 기업의 활동이 최종 고객들에게 더욱 가까운 곳에 위치한 활동과 통합하는 것) 이른 시점부터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대개 하드웨어 제조사들의 수익 모델은 하드웨어 판매 수익이다. 채굴용 하드웨어 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이들 역시 가치 사슬 내에서 서서히 통합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최대 채굴용 하드웨어 제조사 중 하나인 비트메인 (Bitmain)이 IPO 신청 과정에서 공개한 투자 설명서 (prospectus)에 따르면, 이들 수익의 총 5.6%는 하드웨어 판매 수익이 아닌, 자체 채굴 및 마이닝 풀 운영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굴 및 마이닝 풀 운영은 하드웨어의 영역이 아닌 블록체인 프로토콜의 영역에 속하는 활동이며, 이러한 사실 역시 가치 사슬 내에서 전방 통합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비추어 본 블록체인 서비스의 수익 모델

 

‘탈중앙화’와 ‘수익화’는 서로 어울리지 않는 두 개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는 적합한 수익 모델을 찾을 수 없다고 비판받아 온 것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거래 목적이 아니라 퍼블릭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프로토콜로써 이용하는 사용자의 대부분은 DApp 개발자 혹은 기업 고객들이다. 따라서, 이들이 수익 모델을 갖추어 나가는 데 있어 소프트웨어 사업의 표준으로 자리 잡은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비즈니스 모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상업적 성공은 소스 코드를 완전히 독점하지 않는다고 하여 수익을 창출할 수 없거나, 수익 창출 자체가 오픈소스의 개방 정신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증명된 바 있다. 블록체인 플랫폼도 오픈소스 플랫폼의 행보를 따라가고 있다. 이는 블록체인 플랫폼에도 적용될 수 있다. 그림 2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의 수익 모델과 블록체인 플랫폼에의 적용 가능성을 요약한 표다.

그림 2. 오픈 소스 비즈니스 모델과 블록체인 프로토콜의 적용 가능성

(출처: MIT Sloan Management Review, 블록크래프터스 리서치)

 

 

위와 같은 여덟 가지 모델 중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에 적용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은 (1) 지원 서비스 판매, (4) 기타 액세서리 그리고 (8) 서비스 지원이다. 지원서비스 판매와 액세서리 모델의 골자는 교육, 트레이닝, 맞춤형 개발과 같은 분야의 유료 고객 서비스다. 서비스 지원 모델은 플랫폼 내에서 발생하는 가입비를 사용자에게 청구한다. (5) 브랜드 라이선싱과 (7) 소프트웨어 프랜차이징 모델은 블록체인 플랫폼 제공자가 자신의 브랜드를 상품(수익)화 할 수 있는지에 따라 블록체인 플랫폼에 적용될 수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브랜드 상품화는 블록체인 기술과 관련된 규제에 대한 이해 및 해석 등에 대한 복잡한 담론을 수반한다. 더불어 탈중앙화 방식의 네트워크 운영과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의 상품화는 철저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다. 네트워크 브랜드의 상품화나 유료 고객 지원 서비스가 분산화된 네트워크 운영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만 해당 수익 모델이 도입될 수 있는 것이다. 수익 창출 과정이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의 핵심 본질인 탈중앙화된 네트워크 운영에 위배되지 않는지 주의해야 한다. (2) 가격 유인, (3) 하드웨어 애드온, 그리고 (6) 판매 후 무료화 모델은 대다수 블록체인 프로토콜이 전통 상업용 소프트웨어를 생산하는 업체들과 비즈니스 모델이 다르거나, 플랫폼에 대한 온전한 소유권 주장이 불가능할 수 있어 블록체인 플랫폼에 적용하기 어려운 모델로 구분했다.

 DApp의 수익 모델은 무엇인가? 이들은 운영 비용을 감당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수익을 창출해야 할까? 한 조사에 따르면, 이더리움, EOS, NEO 등의 블록체인 프로토콜 위에서 DApp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연간 30,000에서 80,000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 DApp은 기존 모바일 앱이 사용했던 광고 수익, 거래 수수료, 프리미엄 기능, 유료 구독료 모델 등을 참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명 DApp 중 하나인 크립토키티 (CryptoKitties)의 경우 사용자들 간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거래 총액의 3.75%를 플랫폼 이용료 및 수수료로 청구하고 있다.

 

블록체인 산업의 종착역: 서비스 배포 시장

서비스 배포 시장은 블록체인 기술이 최종 사용자에게 전달되기 이전 마지막 단계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진화에서 알 수 있듯, 구글의 플레이스토어나 애플의 앱스토어는 기술과 사용자를 잇는 다리로써 전체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최근 DApp 배포 시장은 인수가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는 산업군 중 하나다. 2019년 3월, 퍼블릭 블록체인 프로토콜인 트론 (TRON)은 최초의 글로벌 DApp 마켓인 코인플레이 (CoinPlay)의 인수를 발표하며 화제를 모았다. DApp 배포 서비스의 수익 모델은 크게 네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 광고, (2) 배포 및 결제 서비스 수수료, (3) 데이터 컨설팅 서비스, (4)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으로의 확장 등이 그 예다. 이 중 ‘배포 및 결제 서비스 수수료 모델’은 인앱(in-app) 결제나 구독 서비스 수수료와 비슷한 개념이다. 앱 마켓은 최종 사용자가 하나의 마켓에서 여러 앱을 매끄럽게 구매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따른 수수료를 앱 개발자에게 청구하는 모델로서, 그 지속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최근 한 보도에 따르면 2018년 애플(Apple)은 넷플릭스(Netflix) iOS 앱의 인 앱 결제 건당 전체 결제 금액의 15%씩 청구하여, 약 2억 5천 6백만 달러 (한화 약 3,000억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넷플릭스는 애플의 iTunes 내에서 구독료 결제 기능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아마존 킨들(Amazon Kindle)과 포트나이트(Fortnite) 등 유명 앱들 역시 이러한 수수료 발생을 차단하기 위해 iTunes 내 결제 기능을 금지했다. 애플의 중요 수익원 중 하나가 사라져 버린 셈이다. 물론 이와 같은 수익 모델을 DApp 마켓에서 구현할 수 있으나, 더 많은 DApp의 시장 진출을 촉진하는 데 있어 이를 이상적인 전략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경쟁 초기 단계에서 DApp 개발자와 사용자에 대한 락인(lock-in) 효과는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DApp 마켓은 마켓 내 결제 서비스 및 배포 수수료를 낮추는 방향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블록체인 산업의 가치 사슬과 미래 시사점

블록체인의 가치 사슬의 요약은 우리에게 산업의 미래 동향에 대해 두 가지를 시사한다. 가치 사슬 내 전후방 통합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과 산업 분류를 넘나드는 경쟁의 시작이 바로 그것이다. 이제 블록체인 서비스 제공자들은 네트워크 효과를 높이며 더 많은 사용자와의 접점 늘리기에 집중하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같은 맥락에서, 기존 암호화폐를 둘러싼 금융 시장에서 다년간 빠른 속도로 성장해온 업체들 역시 견고한 최종 사용자층 확보를 위해 경쟁에 뛰어들고 있으므로, 향후 블록체인 산업의 경쟁에 귀추가 주목된다.

*저자 이해빈은 블록체인 엑셀러레이터 블록크래프처스 리서치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여기에 게재된 의견은 저자의 것으로, 코인텔레그래프의 입장을 대변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