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를 담보로 맡기고 법정화폐와 연동된 가치안정암호화폐(스테이블코인)을 빌려 수익성이 높은 암호화폐에 재투자하거나, 유망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는 암호화폐 담보대출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투자자는 암호화폐 거래소나 개인 지갑에 보유하고 있는 암호화폐를 활용해 새롭게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활로가 열리고, 거래소 입장에서는 거래량 증가로 인한 거래 수수료 증가와 신규고객 유입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암호화폐 담보대출 서비스가 국내 암호화폐 시장에 새 수익상품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블록체인 시장에서 탈중앙화 금융(De-fi, 디파이) 서비스 시도가 활발히 일어나는 등 크립토 파이낸스 분야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암호화폐 거래소와 블록체인 스타트업(창업초기기업)을 중심으로 개인은 물론 기업 대상의 B2B 암호화폐 담보대출 서비스가 확산되고 있다.

암호화폐 거래소 벨릭은 지난 10일 암호화폐 담보대출 서비스 ‘론 엑스(Loan X)’를 출시하며 암호화폐 투자자 대상 대출 서비스를 개시했다. 투자자는 거래소에 비트코인을 담보로 맡기고 미국 달러화에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 ‘테더'(USDT)를 빌릴 수 있다.

벨릭은 "국내법상 기업이 개인에게 원화를 대출해 주기 위해선 반드시 대부업 면허를 취득해야 하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크립토 시장에서 현금처럼 쓰이고, 가격이 안정적인 스테이블코인을 대출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표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역시 크립토 금융 자회사 디엑스엠(DXM)을 통해 암호화폐 담보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투자자는 DXM의 암호화폐 지갑 트리니토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등을 담보로 맡기고 스테이블코인 다이(DAI)를 대출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두나무는 디파이 서비스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블록체인 업체 델리오도 이달중으로 거래소 기반 암호화폐 담보대출 서비스 ‘델리펀딩’을 선보일 계획이다. 투자자가 비트코인, 이더리움, 델리오 코인 등을 담보로 델리오에 대출을 요청해 원하는 암호화폐를 대출받을 수 있는 서비스로, 지난 8월 델리오는 한국과 미국에서 델리펀딩에 대한 특허를 출원했다. 델리오는 협력관계를 맺은 거래소에 API 형태로 랜딩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밖에 크립토 파이낸스를 표방하는 빌리빗 역시 지난 7월부터 비트코인을 담보로 테더를 빌려주는 암호화폐 담보대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암호화폐 채굴업체, 거래소공개(IEO) 업체, 암호화폐 거래소, 개인 암호화폐 투자고객 등이 주요 서비스 타겟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비트코인 담보대출 같은 경우, 단순히 블록체인 기업뿐만 아니라 속칭 ‘제 3금융’으로 불리는 대부업체에서도 사업확장 차원에서 시작한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국내에선 디파이 서비스가 이제막 태동하는 단계인 만큼 매출이나 고객 규모는 크지 않은 상황”이라 말했다.

또 다른 디파이 서비스 관계자는 “암호화폐를 담보로 또 다른 암호화폐를 빌리는 형태다 보니, 암호화폐를 모르는 일반 사용자 같은 경우 서비스 진입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법적 이슈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사용자 파이를 늘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 말했다.

/블록포스트 김소라 기자